새해를 맞기위해 이것저것 필요 / 불필요 물건을 정리하다가 7년전 읽고, 다이어리에 정리했던 서평들을 발견했다... ^^ 보물을 찾은 듯 왠지 기분좋은 하루입니다. 즐거운 새해 첫날 보내시길~
세계 1차대전이 진행되던 1919년, 당시 혼란스럽게 방황하는 독일의 사람들에게 위안과 변화의 동기가 될 수 있는 책을 쓴 것이다. 집단주의와 국수주의로 맹목적이며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에 약간의 철학적 사유와 더불어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방황하는 청년들, 나아가서는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공감될 수 있는 이 책은 자신들과 흡사한 인물상인 에밀 싱클레어를 통해 용기를 복돋아주고, 고난 속에서도 길을 찾으며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작가는 에밀 싱클레어로 표기되어있으며, 작중 주인공의 이름과 같다. 얼핏 보면 신인이며 한 책으로만 인기를 끈 작가이지만, 진짜 저술가는 헤르만 헤세인것으로 밝혀졌다. 헤세의 익숙함과 저명함을 떼어버리고 익명으로서 책의 내용으로만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 같다.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는 아주 어릴 적부터 세계의 양면에 눈을 떴다. 그것은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로, 전자의 세계에서는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의 사랑과 애정 그리고 안정감이 있었고 후자의 세계에서는 범죄나 타락, 이단과 같이 인간이 일반적으로 악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속해있었다. 에밀 싱클레어는 책의 내용 중 지속적으로 빛과 어둠에 대해 방황하는데, 방황하는 그 순간에 데미안이라는 친구가 직. 간접적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데미안은 달변가나 지식인처럼 말뿐만인 자기 성장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다만, 인생에서 직접 부딪히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추구하는 자기 성장 방법을 알려줄 뿐이였다. 동네 일진인 프란츠 크로머가 뒷골목 악의 세계로 이끌고 들어가는 상황에서는 데미안이 직접 상황을 해결해준다. 자신의 집 정문에 그려진 새의 문장에 관해 고민하는 부분,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 카인을 선택하는 부분, 신과 동시에 악마인 아브락사스를 탐구하는 과정 등 데미안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이 문제들은 직접적으로 해결하게 된다.
그렇게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동경하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어른이 된 싱클레어는 부모님의‘밝은 세계’로부터 독립하지만, 그때서부터 자신의 문제는 오롯이 자기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책임감과 무게감을 안는다. 그 후 ‘어두운 세계’에서 술과 향락, 유흥에 몸을 맡긴다. 하지만 일탈의 자유와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몸과 마음이 점점 무너지고 파괴되는 자신을 발견하며 방탕함과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한 순간에 정말 만나고 싶어 했던 데미안을 다시 만나게 되어 얼추 의미 없어 보이는 몇 마디의 대화를 하게 되지만, 그는 그 이후로 계몽하여 자신이 그리는 그림은 데미안을 그린 그림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릴 적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문장의 새에서 아브락사스를 발견하게 된다.
성직자이며 스승인 피스토리우스와 만나 아브락사스에 관한 열띤 토론을 계속하지만, 결국 그와의 관계는 깨져버린다. 그러나 싱클레어는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개척하여 성장해야 한다는, 자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견뎌내야 할 고독과 고통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것 또한 발견한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을 만나게 되고, 곧 데미안의 집에서 방학을 보내게 된다. 싱클레어는 그 과정에서 에바 부인이 자신이 상상하던 아브락사스의 모습이었으며, 자신의 이상형이자 사랑의 대상이였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에바 부인은 사랑은 끌려가는 게 아니라 끌어오는 것임을 강조하며 싱클레어는 강렬하게 끌려가고 있음을 알린다. 그리고 에바 부인을 강렬하게 끌어당겼으나 그것은 곧 자신의 단단한 자아가 되어 나타나고, 이어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됨을 알게 된다. 데미안은 장교로서 전쟁에 자원하게 되고, 싱클레어는 병으로서 자원하였다. 둘은 이어 같은 병실 옆에 나란히 누웠고, 다음날 데미안은 사라졌다.
이 책을 읽을 시기에 나는 많은 생각으로 방황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20대 청년이라면 누구나 가질만한 고민부터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은밀한 고민까지, 머릿속은 하루 온종일 부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인 생각을 재생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의 화자인 에밀 싱클레어와 나는 소름 돋도록 비슷하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과 더불어서 싱클레어의 모든 생각과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정신적인 조언자인 데미안이 있었다. 나에게는 그러한 조력자가 없을뿐더러, 책의 내용과 결말처럼 완벽한 정신적 성숙에 이르지도 못했고, 완벽한 동기부여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에밀 싱클레어와 같이 지금 겪고 있는 이 고난과 고통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 통증과 고난을 정면으로 부딪히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며 고난들을 하나하나씩 자신의 경험으로 삼는다면 에밀 싱클레어와 같이 나도 내면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약간은 구원된듯한 느낌을 받으며 나만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며, 나의 데미안과 아브락사스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건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방황하는 청년들에게도 책의 내용은 공감될 수 있다. 젊은이라면 누구든 이런 고민을 하고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에밀 싱클레어의 친구이자, 동반자이자, 분신과 환영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작중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강렬하게 생각하거나 데미안을 만나고 싶어할 때면 데미안은 언제든지 응답해주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능력이라거나 비정상적인 성격과 완벽함을 품고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만들어낸 정신적 환영인 것이다. 싱클레어는 고난을 거치며 데미안과 함께 지낸 이야기로 진행되지만, 데미안이 환영과 같은 존재라면 싱클레어는 그 모든 고난과 역경을 혼자서 헤쳐나간 것이다. 결국 동반자의 힘을 빌어 현실을 탈피한 것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혼자 문제들을 해결하고, 스승과의 말다툼에서도 이겨내고, 결국에는 에바 부인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고난인 사랑까지도 이겨냈던 것이다. 에바 부인은 악인과 동시에 선이며, 아브락사스이며, 에밀 싱클레어가 생각하는 이상형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에바 부인을 진심으로 집중하여 불렀지만 데미안이 전쟁이 일어났음을 알리며 그의 메세지는 전해졌다고 나온다. 이는 주체하기 힘들었던 사랑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고 전쟁에 나가는 것을 결심하며 자신의 내면적 성숙이 완벽해졌다는 메세지와 같다고 생각한다.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보러 가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고, 참상에 참여하는 것 또한 매우 힘든 일이다. 주인공은 인간의 이기와 파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육과 피비린내를 조국에 대한 헌신 그 자체라고 평가한다. 이상을 위해 죽으려는 청년들의 대단히 훌륭한 의지는 싱클레어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알을 깨고 나오려는 세상과 알을 깨고 나오려는 나 자신에 대한 인정일 것이다.
첫째,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위기 때마다 적재적소에 적절한 방법으로 도움을 주었다. 싱클레어는 그를 통해서 있던 일을 모두 기록하였고, 그를 통해 많은 위기를 넘겨왔다. 데미안이 책의 이름이기도 하듯, 싱클레어의 지향점이자 최고이자 최적의 친구이다. 싱클레어는 마음을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는데, 이것은 데미안이나 에바 부인을 부르는데에도 사용되었다. 약간은 비현실적이며 마음이 하나인 것처럼 동화하는 두 인물은 역시나 같은 인물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정신을 모아 만들어낸 가상의 지향점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물을 설정함으로써 그 지향점에 다다르고 완벽한 성숙을 이루어냄을 보인다.
둘째, 나에게 있어서 데미안은 그저 청소년 필독도서로 소모되는 의미 없는 책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도 적시에 데미안이라는 책을 다시 읽을 기회를 얻었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느끼고 실제적인 감동을 느꼈다. 데미안을 마치 열성자들의 성경이라도 되는 듯 열심히 읽어댔고, 읽으면 읽을수록 더더욱 데미안은 내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초등학교 때 처럼 어릴 때는 인지하지 못했던 내용들도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되고나니 모든 문장 하나 하나가 색다르고 깊게 다가왔다. 나도 데미안처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인간답게 살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생각했다. 처음 책을 읽을 때와 지금 책을 읽는 나는 어느 정도의 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그것을 경험으로 삼았느냐의 차이가 있겠다. 나는 지금 정신적 위기에 처해있지만, 이 책은 누구의 조언보다도 큰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셋째, 1919년에 쓰인 이 책은 2020년이 된 지금에도 나를 포함한 많은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시대를 뛰어넘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고,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고민거리들과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점 또한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악한 의도를 가진 이가 나를 어둠의 세계로 끌어 괴롭히지만 벗어나기가 힘든 약자의 현실, 어둠의 세계에서 일시적인 쾌락을 느끼나 결국 타락과 퇴폐에 고통을 느끼는 이중적인 감정,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쟁취하기 위해 몇 년동안 고생하는 노력, 자신이 무엇을 갈망하는 것인가를 알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책을 들춰 보거나 사색하는 탐구,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한 여성에게만 일관된 도전이 그러하다.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인간이라는 주제를 관통하는 책인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인생의 역경을 이겨내려 상담사나 친구들이나 다른 조력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해보았다. 그러나, 다들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했고, 나는 큰 슬픔과 좌절에 매몰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찾고 내 마음은 정말 달라졌다. 인생의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이야기는 나에게 스며들었다. 최근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쉬는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는 데에 할애했다.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나에게는 데미안과 같이 완벽한 조력자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그와같이 인생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있다면 나도 좀 더 빨리 성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설의 결말이 조금 아쉬웠다. 전쟁의 참상이나 공포 등의 감정을 독일문체 특유의 철학적인 사유와 객관적이고 건조한 말투로 짧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약간은 열린 결말이며, 결말 부분에서 그 이후 데미안에 대한 감정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 자신의 상황을 더 표현해 주었더라면 더욱 완벽한 소설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상 깊었던 「문장」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트리지 않으면 안된다.”
- 책 속에서 -
새해에는 더 많은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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